디자인 리서치는 사용자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디자인을 제공한다 리서치는 곧 조사와 분석이다. 특정 주제나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분야에 따라 여러 가지로 접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항암제 연구의 효과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한다면, 다양한 단계의 임상 시험을 설계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항암제의 효과와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
|
"디자인 리서치는 사용자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디자인을 제공하기 위한 체계적인
조사 과정이다" |
|
|
디자인 리서치는 앞서 설명한 일련의 과정과 유사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용자에 초점을 맞춘다. 디자인은 곧 사용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리서치는 사용자를 이해하고,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디자인을 제공하기 위한 과정이면서 체계적인 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
|
|
우리가 제작한 디자인 리서치 결과 보고서, 디자인 리서치는 곧 사용자를 이해하고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디자인을 제공하기 위한 과정이다. ©미션잇
|
|
|
정해진 정답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한 사례를 살펴봤을 때, 나는 크게 세 분류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인사이트 단계다. 어떤 구체적인 유형의 디자인이 나오기 전 인사이트를 얻는 단계에서 진행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자. 신규로 출시하는 앱이나 서비스의 UX를 디자인하기 위해 최대한 방향성을 열어놓고 잠재적 사용자들의 사용 패턴과 불편 사항을 파악한다.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둘째는 새롭게 출시하기 위한 디자인의 목업 Mock-up 단계의 사용성 평가 리서치다. 나름대로 제품에 대한 시안을 어느 정도 만들었을 때 진행한다. 시안을 평가할 사용자들을 모아서 장, 단점, 개선 방향 등을 이야기 한다. 마찬가지로 피드백을 수집하고 제품 개선에 반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이미 출시된 제품의 소비자 반응을 분석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한 리서치다. 출시된 제품의 일부분을 변형 하거나 새롭게 디자인할 때, 혹은 기존 제품의 파이를 넘어 신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진행하기도 한다. |
|
|
지난 겨울 한 기업과 진행한 프로젝트에서는 기존 제품의 사용성이 어떤지 시각장애인 사용자와 함께 조사를 진행했다. 기업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따라 디자인 리서치가 필요한 과정은 다양하다. ©미션잇
|
|
|
디자인 리서치의 방법과 우리가 선호하는 방법론 |
|
|
디자인 리서치의 방법론은 다양하다. 그 중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론은 에스노그라피, 관찰 조사, 인터뷰 등 정성 조사에 기반한 방법이다. 사용자들의 표정, 무의식적인 행동, 표현 등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절대 알 수 없는 힌트를 사용자와 직접 만남으로써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찰의 힘>의 저자인 얀 칩체이스는 사용자의 냉장고를 열어봄으로써 거주자의 취향과 열망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이 사람이 어떤 브랜드에 돈을 기꺼이 쓰는지, 주거 수준에 비해 식음료에 지출하는 수준을 파악하여 이 사람의 성격이나 선호도까지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이에 깊이 공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가급적 사용자의 일상 그대로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가정 방문 조사나, 사용자가 선호하는 지역, 장소에서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 했을 때만 사용자의 깊이 있는 욕구를 알 수 있고,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
|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손가락의 근육이 모두 빠지고, 좌식으로 생활하는 사용자가 있다. 이런 사용자의 집에 방문하여 관찰하고 반나절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이동'이라는 것이 사용자에게 주는 의미와 '멀리 있는 제품'을 조작하는 것이 일상의 삶에서 어떤 가치를 주는가를 깨닫게 된다. 설문조사나 비대면 인터뷰로는 절대 생각해 보지 못했을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동행하면서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선호한다. © 미션잇 |
|
|
디자인 리서치는 "좋은 디자인"을 위한 준비 단계다 © 미션잇
|
|
|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디자인을 지향한다. 여기서 "좋은"이라는 단어가 선과 악을 나타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용성이나 심미성 등 여러 측면에서 좋아보인다는 의미다. 영어로 굿 디자인 Good Design은 사례를 이야기할 때 특히나 자주 사용된다. 그래서 "정말 좋은 디자인이네요."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아, 이건 말이지 진심으로 별로인 디자인이야"라는 평을 듣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 리서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주요 가치로 삼고 있는 "좋은 디자인" 을 지향하기 위한 준비 단계다. 방향성을 정립하는 기초 공사다. 이 과정에서 깊이 있게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얄팍하게 유행을 타는 디자인이 되고 만다. 철학이 깃든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그만큼 연구가 많이 필요한 것이다. |
|
|
시각장애인 사용자들의 패키지 사용 경험을 분석하기 위한 인터뷰.
모두를 위한 디자인. 평등을 위한 디자인의 첫 단계다. © 미션잇
|
|
|
최근 핀란드 도서관의 디렉터와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찾아본 핀란드 내 도서관 정책이 인상깊었는데, '교육을 통해 사회적 평등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라는 개념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또한 지난 2018년 개관한 오디 Oodi 헬싱키 중앙도서관도 '시민들 간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정보가 소외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평등 도모를 위해 힘쓴다'라는 평등의 가치를 내걸었다. 평등의 실현을 위한 핀란드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평등'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평등과 민주적인 역사에 대해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노예제도를 포함한 인종차별 등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얼마나 불평등한 모습을 보여왔었나? 그럼에도 인간의 이성과 지성이 발달하여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존엄성이 있고 누구나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가치가 퍼진 1830년 대 윌리엄 윌버포스의 노예제 폐지 운동,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겉모습을 기준으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이렇게 역사적 사실을 예로 들면서 평등의 가치에 대해 설명한 것은 그만큼 우리가 제공하고자 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평등의 가치를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평한 사용은 옵션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준이다.
여기서 평등은 취향의 평등이 아니다. 모두가 블랙 셔츠에, 빨간 모자만 쓰고 다니는 것은 얼마나 우스꽝스럽겠는가. 여기서 말하는 좋은 디자인의 평등은 '사용의 평등'이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생각하자면 '경험의 평등'이다. 식사를 하는 방식과 환경은 다르더라도 식사를 하는 경험은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완벽하게 모든 사람이 다 평등하게 사용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어떤 신체적 조건에 있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디자인은 평등하다. 그리고 이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 디자인 리서치다. |
|
|
변화를 만드는 인사이트. MSV의 다른 글도 읽어보세요. |
|
|
주식회사 미션잇 대표로, 장애인과 고연령층 등 그동안 소외되었던 사용자 경험에 대해 연구한다. 2021년부터 장애인 관찰 조사와 전문가 인터뷰에 기반한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 발달장애 아동의 놀이, 개발도상국 안전, 시니어의 디지털 접근성 등과 같은 현대 사회 이슈를 디자인 관점에서 조망한다. 삼성전자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런던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을 공부했다. |
|
|
주식회사 미션잇은 장애인, 고연령층 등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사용자 경험을 연구하는 디자인·콘텐츠 기업으로, 포용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깊이 있는 전략을 만듭니다. MSV는 Meet Social Value의 약자로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을 지향하는 미션잇의 브랜드입니다. MSV 뉴스레터는 포용적 사회를 지향하는 2,000명이 넘는 독자분들이 구독하고 있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