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잇이 생각하는 사회의 궁극적 변화는 두 가지 축을 통해 일어납니다. 한 가지는 물리적인 변화, 다른 한가 미션잇이 생각하는 사회의 궁극적 변화는 두 가지 축을 통해 일어납니다. 한 가지는 물리적인 변화, 다른 한가지는 인식의 변화 입니다. 한국 사회는 이미 물리적인 변화 측면에서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접근가능한 대중교통, 건물, 환경 등을 생각해봤을 때 말이죠. 하지만 사회 의식, 인식, 혹은 관점의 차원에서 누구나 접근가능한 사회인가? 라는 질문을 했을 때 아직은 가야할 방향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는 미션잇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에서도 중요한 축을 맡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정기적이지만 <이동>, <직업>, <놀이>, <안전>, <시니어>, <도서관>여섯 권의 책을 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7호와 8호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오늘은 하반기에 발행될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7호 <집중력>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제작 과정 중에 얻게 된 생각들을 함께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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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MSV 소셜임팩트 7호를 준비중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7호 주제와 해당 주제를 선정하게 된 취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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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수ㅣ ‘접근성’은 요새 화두가 되고 있지만, 언제부턴가 주로 보이는 영역을 개선하는 방향에만 치중하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계단이나, 턱을 장애 유무에 관계 없이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경사로나 손잡이, 유효한 폭의 보행로 등을 만드는 것처럼 주로 가시적인 영역에서의 활동들이 이뤄져 왔죠.
그런데 우리 일상은 보이는 영역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잖아요. 접근성 연구를 하면서 공황장애, ADHD, 난독증으로 제약을 경험하는 분들을 만났는데, 이런 분들이 겪는 어려움이 바로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정신의 영역이죠. 그리고 이들이 맞닥뜨린 제약에 디자인이라는 영역이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추적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디지털 디자인이 ADHD, 난독증, 공황장애를 겪고 계시는 분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인사이트를 담으려고 작업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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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V 소셜임팩트 7호 <집중력>에서는 집중력을 높이는 디자인 요소와 디자인 윤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미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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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고심해서 주제를 선정하신 만큼, 중요한 이슈들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현재까지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있다면 어떤 분들이 계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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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ㅣ해리 브리그널Harry Brignull이 기억에 남아요. 2010년에 ‘다크 패턴Dark Pattern’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드신 분인데요. 다크 패턴은 이용자의 선택을 왜곡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숨기는 등 이용자를 기만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사용자 경험을 의미하는 용어로 쉽게 말해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기업 마케팅에 속아넘어가도록 만드는 디자인을 의미해요. 아직까지는 관련 분야에 계신 분들이 아니라면 생소한 언어죠.
다크 패턴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인지적 취약성을 공략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러 약관이나 설명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텍스트 이해도가 낮은 사람들을 속이거나, 구독을 권유할 때 ‘예/아니오’의 중립적 언어로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고, ‘좋은 기회를 포기할게요’와 같이 사람들의 부정적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이죠. 이러한 패턴은 아무래도 인지장애가 있거나, 문해력이 낮은 사람들, 불안이나 우울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줍니다. ‘다음 콘텐츠는 더 재밌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무한 스크롤을 하게 만들거나 지속적으로 오는 알림도 마찬가지예요. 이 두 가지 요소로 인해 일상생활에서의 집중력이 쉽게 깨지게 되는데 특히 ADHD를 가진 사람들이나 청소년들이 쉽게 노출되기 쉽습니다.
특히 맥락적 취약성Contextual Vulnerability이라는 개념이 인상적이었어요. 맥락적 취약성은 위에서 이야기 한 특정 유형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서 인지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다는 건데요. 12시간 야근을 하고 피곤한 상태나, 우는 아이를 안고 있는 상황이라면 모든 것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겠죠. 모국어가 아닌 익숙하지 않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이러한 맥락에서는 누구나 쉽게 다크패턴의 표적이 될 수 있어요. 결국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디지털 서비스로부터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게 윤리적 디자인의 출발점이라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던 인터뷰였어요.
무엇보다 평소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그러한 서비스들이 우리의 정신건강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최근에 <도둑맞은 집중력>과 같은 도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집중력 저해에 대해서는 인식이 많이 높아진 것 같긴 하지만요. 디지털 기기와 뗄 수 없는 삶에는 빠르게 익숙해졌는데, 그와 동시에 우리는 빠르게 집중력을 도둑맞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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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패턴은 해리 브리구눌이 2010년 처음 사용한 용어로, 현재 디지털 디자인 윤리 측면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다. ©Deceptive Patter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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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수ㅣ애니우Annie Wu와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UX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게 인상 깊게 남았어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에어비앤비Airbnb 서비스가 이용자의 심리적 상처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죠. 예를 들어, 휴가를 위해 에어비앤비를 찾는 사람과 전쟁이나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처럼 갑작스럽고 위급한 상황에서 의료진이나 긴급 구호 인력이 주거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목적 자체가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들에게 발생했을 수도 있는 트라우마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거죠.
지난 뉴스레터에서도 다뤘지만 생과 사를 다루는 치열한 현장에서 일하다가 잠시 쉬려고 온 사람들에게 어떤 행동을 강요하는 '압박'이나 '지시'는 심리적으로 불편한 일이 되잖아요. 그래서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환경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디자인 요소들을 배치했죠. Skip 버튼을 준다더던가, Save & Exit 처럼 필요할 때마다 해당 과정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옵션을 배치한다던가 하는 거예요. 사실 지금 보면 대단한 변화는 아닐 수 있지만 당시에 이런 기능이 보편화되지는 않았으니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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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ntline Stays는 위기 상황에 놓인 의료진의 심리적/신체적 안전을 우선시한, 회복 중심의 공간 제공이라는 점에서 트라우마 인지 디자인의 훌륭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Arib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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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수ㅣ또 인터뷰를 진행한 건 아니지만,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의 주장이 인상 깊게 남아 있어요. 기업이 마케팅 목적으로 알림이나 푸시를 이용하곤 하는데, 디자인 윤리의 관점에서 과연 이윤을 위해 사용자의 집중력을 빼앗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죠. 그렇다면 이를 조절하기 위한 기준은 어디까지 설정되어야 하고, 어떻게 지켜져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디지털 환경 속 디자인 윤리에 대해 어디까지, 어떻게 고려해야 할지에 대한 인사이트도 함께 다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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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 해리스는 넷플릭스 시리즈 <소셜딜레마>를 통해, “디지털 환경에서 기업이 사용자 집중력을 빼앗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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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씀하신 내용들 이외에도 MSV 7호 ‘집중력’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내용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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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ㅣ7호, <집중력>을 기획하면서 최대한 신경 다양성 당사자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신경 다양성이라는 개념이 아직 친숙하지 않다 보니 ADHD, 난독증, 불안장애 당사자분들이 평소 일상과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함에 있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떻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효과적으로 사용하는지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더라고요.
나아가 이렇게 다양한 인지적 특성을 고려해서 서비스 설계와 디자인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 실용적인 가이드라인과 팁을 담아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분들은 빛이나 소리 자극에 민감하기 때문에 자동 재생 영상의 사용을 지양해야 하고, 일시정지할 수 있어야 한다와 같은 내용들이요. 특히 영국이나 미국에는 인지를 고려하는 종합적 가이드라인이 잘 갖추어져 있고, 에어비앤비와 같은 IT기업들이 프로젝트에 적용한 사례들도 있더라고요. ‘인지’라는 주제가 추상적이고, 신경 다양성의 범위가 폭넓지만 최대한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는 이야기들을 전달해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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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집중력>호가 독자들에게 어떤 역할, 혹은 어떤 영감을 주기를 바라시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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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ㅣ가장 먼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종사하시는 실무자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등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서비스를 설계하고 디자인할 때, 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신경학적 특성을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특별히 이러한 디자인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한국의 실무자분들을 위한 조언을 꼭 여쭤보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고민과 어려움들도 떠오르시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해나갈 수 있는 좋은 영감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신경 다양성 당사자분들이거나 관심을 갖고 계신 독자분들께 흥미로운 독서 경험이 되면 좋겠어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 ‘사용자 경험’이 어떻게 하면 포용적인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그려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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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수ㅣ사고의 전환이죠. 보이지 않는 영역에 대해 우리는 많은 고민을 해야하고, 보이는 것 너머의 것들도 디자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필요해요. 접근성이나 디자인의 개념이 가시적인 것에만 한정되지 않는 그런 사고의 전환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성공적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주제를 계속해서 다룰 예정이에요. 이번 호에만 그치지 않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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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서로 대화해보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신경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며, 누구나 인지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고려하는 윤리적인 디자인을 함께 그려가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것. 이게 가장 강력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MSV 7호 ‘집중력’이 이런 고민의 시작에 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앞으로 남은 시간도 열심히 관찰하고 들으면서 인사이트를 발굴해 보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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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편집ㅣ임슬기, 미션잇 콘텐츠 에디터 참여ㅣ김병수, 미션잇 대표, MSV 발행인
박예지, 미션잇 UX 리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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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미션잇은 장애인, 고연령층 등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사용자 경험을 연구하는 디자인·콘텐츠 기업으로, 포용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깊이 있는 전략을 만듭니다. MSV는 Meet Social Value의 약자로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을 지향하는 미션잇의 브랜드입니다. MSV 뉴스레터는 포용적 사회를 지향하는 2,000명이 넘는 독자분들이 구독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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