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 도서관은 신체, 감각, 인지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한 이용자들도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서비스를
포용적 도서관이란 무엇인가?
“포용적 도서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우선 포용이라는 개념부터 먼저 생각해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을 포(包)’와 ‘받아들일 용(容)’을 사용하는 단어 포용은 한자어 뜻 그대로 어떤 대상을 안고, 받아들인다는 개념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칫하면 어떤 힘이 있는 특정 집단이 연약한 소수를 불쌍히 여겨 받아들이는 시혜적인 용어로 생각될 수 있으나, 지금 시대에서는 ‘평등’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현대적 맥락으로 ‘포용’을 다시 풀어보자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종, 연령, 성별, 장애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포용적 도서관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포용적 도서관은 신체, 감각, 인지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한 이용자들도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서비스를 누리며,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최적의 경험을 위한 도서관입니다. 신체 지원이 필요한 이용자는 누구일까요? 손, 팔, 다리 등 신체 일부를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워 신체 이동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또한 감각 영역의 경우 시각, 청각과 같이 특정 감각을 활용하여 공간과 제품을 탐색하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제한이 있는 이용자들을 지칭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생각, 학습, 기억 및 의사 결정과 같은 정신적 과정을 포함하는 인지 영역과 관련된 이용자는 ADHD, 난독증, 자폐 등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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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코디네이터와 함께 지속적으로 시설의 접근성을 개선해나가는 스웨덴 말뫼 시립도서관 © 말뫼 시립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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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위와 같은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 약 13억 명, 즉 세계 평균 인구의 1/6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Library Associations and Institutions)에서는 도서관의 기존 자료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인쇄물 접근 장애 Print Disability로 통칭하기도 합니다. 이동에 제약이 있는 사람 중에서는 책을 손으로 직접 넘기지 못할 수도 있고, 시각장애인의 경우 점자 도서나 음성 도서와 같은 대체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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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
포용이라는 개념이 도서관에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인구통계학적인 측면이나 윤리적인 측면으로 강조할 수도 있겠지만, 도서관의 공공성 publicity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 Paul Samuelson은 공공재 public goods가 비경합성 non-rivalrous과 비배제성 non-excludable의 특징을 가진다고 보았는데, 이는 공공재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한 사람이 이용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이용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즉, 공공이란 평등을 기반으로 합니다. 따라서 도서관은 앞서 언급한 신체, 감각, 인지 영역의 차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방문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도서관이 공공의 허브 역할을 하는 데 있어 다양한 조건의 사람들이 배제된다면, 그것은 ‘공공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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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뿐 아니라 영유아 동반자, 임산부, 어르신 등 모두를 위한 공간을 지향하는 이시카와현립도서관 © 이시카와현립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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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넘어 공간이 갖춰야할 가치에 대하여
사라진 턱, 휠체어 이동을 위한 경사로, 높낮이 조절이 되는 키오스크 등 과거에 비해 겉으로 보이는 시설은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인터뷰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특히 전동 휠체어나 흰지팡이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기계음이나 지면 마찰 소리가 도서관 내의 침묵을 깨는 것에 대해 심리적 부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발달 장애 청소년들도 가끔 의도치 않게 소리를 낼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면박을 받는 경우도 빈번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장벽을 어떻게 낮출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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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현립도서관의 초기 설계 단계에서 장애인 당사자들과 테스트하는 모습 © 이시카와현립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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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가 기본인 곳
우리가 인터뷰한 도서관은 공통적으로 모든 이용자를 환대하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이용자를 환대한다는 것은 각 이용자의 다양한 특성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역발상의 해결 방안으로, 인터뷰에 참여한 도서관들은 공간 내에서 자유롭게 대화하거나 어느 정도의 소음을 허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반대로 조용히 공부하거나 대화할 수 있는 곳은 별도로 구분하였습니다. 덕분에 앞서 말한 약간의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기존에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던 이용자들도 공간 안에서 안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도서관의 설비나 운영이 포용적일 뿐만 아니라, 과정 역시 참여형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참여하여 ‘모두를 위한 도서관’을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이시카와 현립도서관은 장애 당사자들과 수많은 접근성 테스트를 거쳐 현장을 설계했습니다. 핀란드의 오디 중앙도서관 역시 공모 과정을 통해 헬싱키 시민들의 수천 가지 아이디어를 선별하여 이를 반영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스웨덴 말뫼 시립도서관은 접근성 코디네이터가 매번 장애 당사자들에게 자문을 받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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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환영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고, 그런 원칙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오디중앙도서관 © 오디중앙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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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과 변화
리더십은 변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의사를 결정하는 ‘도서관 관장’이 리더로서 조직의 우선순위를 포용성에 두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파트는 리더십을 통해 도서관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 탐구했습니다. 우리는 영감을 얻기 위해 국내에서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도서관부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도서관과 전문가들까지 인터뷰했습니다. 또한 시각장애인 청소년, 휠체어 이용 장애인, 특수교사, 농인과 같은 당사자이거나 당사자의 입장에서 잘 이야기해줄 수 있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도서관을 중요한 매개체로 다루고 있지만, 도서관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지향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지역사회에서 모든 사람들이 신체, 감각, 인지적 조건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방문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6호 <도서관> About Topi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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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만 해도 누군가 저에게 도서관이 어떤 곳인지 묻는다면,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나 학생 때 공부하러 가는 곳이라고 대답했을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최근까지도 이 공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문화재단씨앗과 함께 작업한 <도서관> 호는 제 생각의 틀을 깨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룹 인터뷰 중 특수교육을 전공한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한 선생님이 이렇게 질문하셨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공간이 몇 군데나 될까요?” 질문을 듣고 떠올려보니 독서실, 카페, 학원 등은 모두 돈을 내고 가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나마 놀이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놀이터는 실외라서 날씨의 제약을 받고, 앉아서 쉴 만한 곳도 별로 없습니다. 또한 주로 어린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보니 몸집이 큰 중학생 이상의 장애 청소년이라면 주변의 시선이 불편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도서관은 잠깐의 휴식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목적이 없어도 그저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활짝 열려 있고 출입하는 사람의 조건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나 어르신, 누구나 올 수 있죠. 외국인도요. 왜 하루 종일 있냐고 묻는 사람도 없습니다. 돈을 내지도 않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헬싱키 오디 중앙도서관의 담당자나, 말뫼 시립도서관의 담당자도 한목소리로 이야기한 것은 도서관은 누구나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디 중앙도서관은 노숙인들도 자주 와서 쉬다 간다고 합니다.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이 정말 힘들고 울적할 때, 누구 하나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찾아갈 수 있는 곳.” 한 선생님이 말씀하신 이상적인 도서관의 모습이 가슴을 울립니다. 도서관은 누구나 기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가 자유롭게 드나들고 쉬면서 심리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장소라면 공공의 의미를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지 않을까요? 이번 <도서관> 호가 도서관이 가진 의미에 대해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6호 <도서관> Editor's Let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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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V 소셜임팩트 시리즈는 정기간행물이 아닌 단행본으로 발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별 ISBN이 있으니 입고 시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ISBN 번호는 국립중앙도서관 납본시스템이나 교보문고 등 온라인에서도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1호 이동 979-11-973255-7-1 2호 직업 979-11-973255-2-6 3호 놀이 979-11-973255-3-3 4호 안전 979-11-973255-0-2 5호 시니어 979-11-973255-1-9 6호 도서관 979-11-9732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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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미션잇은 장애인, 고연령층 등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사용자 경험을 연구하는 디자인·콘텐츠 기업으로, 포용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깊이 있는 전략을 만듭니다. MSV는 Meet Social Value의 약자로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을 지향하는 미션잇의 브랜드입니다. MSV 뉴스레터는 포용적 사회를 지향하는 2,000명이 넘는 독자분들이 구독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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