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개인적 접근법을 넘어서, '함께'라는 요소가 집중력과 생산성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지난 1차 모임(No.102 디지털 기기는 집중력 회복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을까?)에서는 주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Mac OS의 폴더 색깔을 바꿈으로써 시각적인 분별력을 높여주는 도구. 웹 서핑 시 광고를 차단해 주는 브라우저(Brave)를 사용해 시각적 간섭을 낮추는 방법. 영상을 보지 않고 텍스트로 전환하여 필요한 정보만 빠르게 확인하는 어플리케이션 등 개인이 받게 되는 간섭을 낮출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었죠. 또한 집중력의 결여가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환경을 조성하는 설계자에게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됐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질문으로 시작했으나 커뮤니티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어떻게 ‘함께’ 집중력을 높일 수 있을까요? 개인적 접근을 넘어서, '함께'라는 요소가 집중력과 생산성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 이번 뉴스레터에서 그 가능성을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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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지막 금요일(3/29) 집중력과 관련한 소그룹 토의 두 번째 모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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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ㅣ AI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자기 전에 유튜브를 볼 때 어느 순간 제가 ‘통제를 잃게 된다’고 느껴지거든요. 뭔가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안 하고 싶은데 계속 반복하게 되는 나쁜 습관인 것 같아요. 그리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보니, 제 의지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주어진 과제가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운 일이면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재택근무라는 환경이 이런 걸 더 강화시켜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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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ㅣ 기업의 전략 기획과 해외 사업 업무를 했다. 두 아이의 엄마다
일하면서 집중력이 주로 저하됐던 이유는 건강 때문이었어요. 몸이 너무 피곤하거나, 감기에 걸려버린다던가 하면 일을 하고 싶은데도 안되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신체적 건강도 있지만 정신적 건강도 있잖아요. 마음이 너무 힘들었을 때 어떤 과업이 주어져도 수행하기가 어려운 거죠. 심신 건강과 집중력이 밀접하게 관련 있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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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원 ㅣ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디자인하면서 어떤 서비스를 고려할 때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의 포인트를 섬세하게 잘 잡아내야 하잖아요. 그렇게 요소를 여러 개 보려고 하다 보니까 모든 것에 집중을 하느라 아무것도 집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리는 거죠. 제 일상생활에서도 컵 치우려다가 쓰레기 줍고, 갑자기 옷 접고 이런 경우가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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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ㅣ 순간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방송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순간 집중력이 굉장히 필요한 직업이에요. 특히 짧은 시간에 방송에 투입돼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엄청난 분량의 원고들을 혹은 원고 없이 소화해야 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질 높은 집중력을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해 항상 고민하죠. ‘방송 10분 전’처럼 긴박한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집중력이 생기게 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시선이 분산될 만한 요소들이 많다 보니 내가 발전적으로 살고 있는 건가? 생각해 보게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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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ㅣ유아교육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불안이 가장 큰 요소에요. 사실 몇 년 전에 ADHD 검사를 받았는데 뇌에서 특별히 이상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만성적인 불안이랑 강박이 심한 사람이라고 결과가 나왔어요. 불안을 주로 느꼈던 게 유치원에서였어요. 아이들을 좋아하다 보니까 제가 유아교육과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북적이는 환경에 있다 보니 모든 것을 제가 다 신경 쓰지 않으면 뭔가 사고가 날 것 같은 불안함이 생기게 되고, 결국 이게 주의력 결핍이 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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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현서 ㅣ 특수교육을 전공했고, 아이들이 존중받는 삶을 꿈꾼다.
저는 머릿속에 뭔가 하고자 하는 일들은 많은데, 아직 시작을 못했을 때 가장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고,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집중하기 어렵기도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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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ㅣ 보상이요. 저한테 어떤 미션이 주어졌을 때 그걸 성공해서 얻게 되는 정성적인 보상이든, 정량적인 보상이든 결과에 대한 혜택이 명확하게 주어졌을 때 집중력이 약간 흐트러지게 되더라도 어떻게든 해내게 되더라고요. 두 번째로는 시간관리를 잘 해나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날로그적인 방법이지만 포스트잇에 적어서 평상시에 가장 잘 보이는 냉장고에 붙여놔요. 냉장고를 열 때마다 내가 이걸 했는지? 스스로 체크하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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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ㅣ 유튜브 같은 경우에는 앱을 지워버리거나, 화면을 아예 덮어두고 보지 않는 ‘의도적인 장벽'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플리케이션 중에 '세션'이라는 앱이 있는데요. 내가 지정해둔 사이트나 프로그램을 못 켜도록 막아주는 게 있어요. 하루 일과를 트래킹 할 수도 있고요. 그런 걸 써서 더 생산성을 높이려고 하죠. 또 유튜브를 들어갈 때 매번 피드에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에서 방해받지 않고 바로 검색할 수 있도록 웹 브라우저 단축키 설정을 해놨어요. 키보드에서 y를 누르고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유튜브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검색을 할 수 있는 거죠. 피드를 보지 않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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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앱에서는 기본적으로 뽀모도로 타이머 기능을 제공한다. UX가 꽤 괜찮게 되어 있어서, 가지고 있는 실제 타이머보다 유용하게 쓰고 있다. 째깍 째깍 들리는 소리 역시 약간의 긴장감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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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ㅣ저는 타이머인 것 같아요. 뭔가 시간을 무한대로 흘려보내기보다는 내가 몇 분까지 혹은 몇 분 안에 이 미션을 완료한다는 생각으로 그런 식으로 계획을 잡다 보면 확실히 집중이 잘 되는 편이죠. 그래서 이 안에 완료하면 내 나름대로의 작은 보상을 주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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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ㅣ 저는 '약한 감시'를 쓰는 편이에요. 오프라인 환경이라고 한다면 스터디 카페 같은 것도 당연히 감시의 방법이 되는 거죠. 앱이라고 한다면 구르미 캠스터디를 자주 쓰는데요. 앱에 들어가서 노트북으로 틀어놓고 서로가 공부하고 있는 거예요. 서로 중간중간 댓글도 하면서 의견을 주고받으니까 동기부여도 되고 딴짓하려다가 찔리기도 하고, 오히려 약간의 불안이 도움이 돼요. 또 자주 쓰는 건 링커리어라는 앱인데요. 대외 활동을 위한 대학생들 앱인데, 제가 별표를 눌러서 스크랩만 해놓으면 제가 스크랩 한 것들로 자동으로 공고 달력이 만들어져요. 그래서 이벤트 뿐 아니라 채용공고도 한 번에 달력에 표시되니까 다른 앱으로 넘어가게 되는 수고로움을 줄여서 생산성을 높여 주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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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 님이 자주 이용하는 캠스터디, 참석자 간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감시를 이용해 서로의 집중도를 높여준다. M세대 보다는 Z세대부터 활성화되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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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공고를 스크랩하면 한 화면에서 시작일과 마감일을 볼 수 있도록 되어있어, 학생 유저들이 많이 쓰고 있다는 링커리어 앱. 스케줄을 여러 가지로 관리할 것 없이 한 화면에서 사용한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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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원 ㅣ 저도 디지털 플래너나 노션도 다 써봤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효과 있었던 건 종이에요. 제일 바쁠 때는 아예 A4 용지에 손으로 일정을 쓰고요. 그것도 너무 바쁜 날에는 포스트잇에다가 꼭 해야 할 일 한두 개만 써요. 이게 가장 효율성이 잘 나온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고시 공부처럼 앉아서 시험공부를 하는 편은 아니어서 디스코드라는 앱을 쓰는데요. 8시간 맨날 앉아서 공부를 하는 건 아니라 계속 감시되는 느낌보다는 익명성과 더불어 앉아 있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는 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약한 감시'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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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드의 장점은 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학교 과제방이나 스터디방으로 자주 사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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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현서 ㅣ 디스코드를 친구들과 함께 쓰기는 했는데, 저는 글씨로 읽으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친구들은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이라 그림을 그리면서 서로 대화를 계속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집중이 방해되는 역효과가 있어서 도중에 안 하게 됐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투두 메이트 앱을 쓰는데요. 친구들끼리 플래너가 공유되고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끼리 앱 자체에 기록을 하는 거예요. 함께하다 보니 서로 자극받는 게 있더라고요. 그리고 핸드폰 사용 시간 리포트가 알림으로 오잖아요? 저는 요새 너무 딴짓을 많이 했다고 하면 일부러 찾아 들어가서 내가 얼마나 집중을 못 했는지 눈으로 확인할 때도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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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성원 님의 투두 메이트, 플래너를 서로 공유하고 팔로우 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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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는 집중력 해결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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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ㅣ 열품타나 투두 메이트의 사례를 들어봤을 때 뭔가 느슨한 감시를 통해서 집중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향후에도 이런 느슨한 커뮤니티는 계속될 것 같아요. 이렇게 사람이 모이려면 쉽고 직관적인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자연스러운 동기부여도 중요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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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품타에서는 자신의 공부 시간을 체크하면서, 현재 그룹 구성원들의 공부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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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ㅣ 사람들이 좋은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트리거를 만들어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시니어 세대를 위해 금융앱에서 작은 글자와 큰 글자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잖아요? 기업의 서비스에서도 “우리 서비스 중 이런 기능을 이용한다면 사용자가 조금 더 집중력을 높일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적극적인 가이드를 하는 거죠. 그러면 소비자들도 이렇게까지 생각을 해주는 기업을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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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ㅣ 앞서 말씀드린 서비스처럼 디지털 환경 안에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도 저희가 집중력을 높이기에 충분히 좋은 것들이 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디지털에만 한정되지 않게 풀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프라인과 계속 연결점을 만들어가면서 상생을 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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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현서 ㅣ 환기되는 장치요. 어떻게든 내가 목적의식을 잃고 디지털 기기에 빠져 있다면 다시 빠져나올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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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ㅣ 저는 이런 자리가 점점 공론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둑맞은 집중력> 같은 책도 베스트셀러가 된 걸 보면, 사람들이 다들 마음속에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미션잇에서 콘텐츠로 다루기도 하는 것처럼 차츰 사람들에 알려지고 인식이 변화되어야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도 변화하지 않을까요? 개발자로서는 안티 디지털과 관련된 서비스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고요. 빅테크 기업들이 AI를 활용해서 영악하게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를 추천해 주잖아요.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의 유익을 따졌을 때 좋은 콘텐츠가 있고 좋지 않은 콘텐츠가 있을 수 있는데, 소비자의 입장에서 안 좋은 콘텐츠라면 가려줄 수 있는 것까지도 충분히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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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원 ㅣ 우리는 부정적인 몰입에서는 빠져나오고 싶고, 긍정적인 몰입은 극대화하고 싶잖아요?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세션 같은 앱도 사용하고 싶은 거고요. 부정적인 몰입에서는 디지털 환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경각심을 주는 콘텐츠가 계속해서 공유되어야 할 것 같아요. 긍정적 몰입을 위해서는 사용자 경험에 집중한 서비스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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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생이었을 때도 같이 시간을 정해 만나서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이 꽤 있었습니다. 요새는 방법론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차이죠. 개인주의가 강조되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돕고 자극을 주는 커뮤니티의 힘은 여전히 큰 가치를 지닙니다. 특히 온라인 환경으로의 전환은 이러한 커뮤니티 활동을 더욱 접근하기 쉽게 만들었고, 다양한 방식으로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터디 그룹, 북클럽, 건강 관리 모임 등은 함께하는 활동이 개인의 동기 부여를 끌어올려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순간적인 집중력(Spotlight) 뿐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에 대한 집중력(Starlight)을 유지하는 데 긍적적인 역할을 하죠. 북클럽에서 서로 인증하면서 몇 달간 책을 읽거나, 건강한 식습관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식사를 서로 인증하는 모임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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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함께’라는 키워드가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몇 주 전 인터뷰했던 김세경 작가님도 공황 상태에서 다시 이성을 찾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을 언급했습니다. 또 최근 인터뷰한 ADHD 당사자인 신지수 작가님도 누군가가 옆에서 한 마디만 걸어줘도 지나친 몰입 상태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사실 '우리 모두 함께’를 강조하면 직장 내 꼰대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만, 그 상황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다르게 적용된다면 ‘함께’하는 방식은 분명 가능성이 있습니다. 학습과 작업환경을 넘어 정서적 지지까지 이어지는 공동체성의 회복을 엿보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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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 참여한 MSV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향후에 또 의미 있는 자리에서 함께 이야기 나눌 기회를 마련하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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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만드는 인사이트. MSV의 다른 글도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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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병수 미션잇 대표 ㅣ MSV 발행인
변화를 만드는 디자이너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디자인의 가치는 심미적인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사고의 툴이라고 믿는다. 2021년부터 장애인 관찰 조사와 전문가 인터뷰에 기반한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 발달장애 아동의 놀이, 개발도상국 안전, 시니어의 디지털 접근성 등과 같은 현대 사회 이슈를 디자인 관점에서 조망한다. 삼성전자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런던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을 공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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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미션잇은 장애인, 고연령층 등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사용자 경험을 연구하는 디자인·콘텐츠 기업으로, 포용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깊이 있는 전략을 만듭니다. MSV는 Meet Social Value의 약자로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을 지향하는 미션잇의 브랜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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