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부터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열 개의 눈> 전시에 <Spectrums>라는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기획 단계부터 준비 과정 동안의 이모저모를 자세히 나눠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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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의 눈> : 2025. 5. 3 - 2025. 9.7
@부산현대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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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의 눈>은 미술관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프로젝트의 최종 단계로 선보이는 국제 기획전으로, 접근성을 단순한 물리적 편의가 아닌 ‘몸들의 고유한 경험’이라 정의하고 신체의 감각 작용을 탐구한다.
올해는 <열 개의 눈>이라는 전시명과 같이 우리의 감각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신체 조건과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탐구하며 감각의 위계를 해체하고,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감각적, 존재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장으로 꾸려진다. ©부산현대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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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인 <열 개의 눈>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 10개의 손가락이 각각 눈이 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시각’이 아닌 ‘촉각’이라는 감각이 눈이 될 수 있음을 뜻하죠.
한정된 누군가에게는 다른 감각이 중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희 미션잇의 생각과 결이 비슷하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계속 장애인분들의 접근성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니, 처음에 작가로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주셨을 때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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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01 <이동, Mobili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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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기획하면서 MSV 1호 <이동>편 중에서도 ‘유용한 보조 도구들’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이동>편에서 똑같은 경험을 다양한 도구와 접근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담았었는데요. 예를 들어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경험을 우리는 보통 손가락을 통해 얻게 되지만, 매 순간 앉아서 생활을 하셔야 하는 분들에게는 스위치까지 손이 닿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죠. 이럴 때 ‘막대기’라는 도구를 통해 버튼을 누르는 경험을 얻게 되는 이야기를 소개했었습니다. <Spectrums>는 이처럼 감각이 하나의 기준이 아닌, 다양한 스펙트럼 위에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미션잇은 장애인의 접근성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며, 감각의 확장을 생생하게 실감해 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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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s>에서는 감각의 제약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용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자신들만의 도구, 열 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펜, 접이식 흰 지팡이, 점자 악보, 아대, 트럼프 카드와 오델로, 녹음기, 효도의자, 무선 키보드, 나무 막대기, 손거울 등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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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마크라메할 때 쓰는 막대기라고 하더라고요. 7~8년 전 어느날 길을 가는 데 얘가 그냥 눈에 들어왔어요. ‘아, 나한테는 팔이 되고 손이 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죠. 불을 켜고 끄고 물건을 끌어 당기고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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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째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 집에 와서 갑자기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잽싸게 가져와서 녹음을 했죠. 그 때가 여섯살인가 일곱살 때인가 그렇거든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저랑 제 아내가 눈으로 볼 수는 없으니까 목소리를 날짜별로 정리해왔어요.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날짜별로 정리한 소리로 된 일기라고 해야할까요? 우리 식구 전체의 추억이 이 안에 들어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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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도구는 전상실 선생님의 ‘나무 막대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5년 전 겨울, 2020년에 처음으로 전상실 선생님을 처음 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희의 첫 인터뷰이셨던 선생님과 6시간 정도를 함께하며 선생님의 하루를 관찰했는데요. 그때 실내에서 좌식으로 생활하시는 분들의 생활 모습을 처음으로 가까이 볼 수 있었는데,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시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구를 이용한다는 부분만 다를 뿐 우리와 똑같이 하루를 보내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때 이 막대기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도구를 통해 고유한 경험을 만들어가시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도구로 남아있지 않을까 싶어요.
자신의 고유한 상황과 필요에 맞춰 도구와 방식을 선택하고 그것이 효율적이고 실용적일 때 그 방식 자체만으로 그들에게 자연스러운 선택이 된다는 것을 이 막대기를 포함한 10가지 도구를 통해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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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준비하며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10가지 도구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저희가 ‘이용’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건을 빌려주신 분들께 이런 이야기를 솔직히 드렸더니, 물건에 담긴 추억이나 에피소드를 나눠주시면서 오히려 고맙다고 하셨어요. 본인들 생각에는 별 것 아닌 물건이 전시회 주제가 된다는 것도, 본인들의 어려움을 누군가 대신 알려준다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하시면서 말이죠. 그래서 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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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도구들에 온전히 몰입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박물관에 가면 중요한 역사적 사료들을 유리 안에 두고 조명도 섬세하게 주잖아요. 모두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조용히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들이죠.
그런 느낌을 상상하며 아크릴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도구에 담긴 소중한 이야기가 있음을 알리고 싶었거든요. 관련된 사진도 함께 선보이며, 어떤 상황에서 이 도구가 잘 사용될 수 있는지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한 것도 신문이나 다큐멘터리 등의 매체나 콘텐츠에 ‘기록’된 사진인 느낌을 전하려 했습니다. 소중한 기록 같아 보이니 지나치지 않고 한 번쯤 더 살피게 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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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가 환경과 도구를 디자인할 때 얼마나 포괄적이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일깨우고, 포용적 디자인에 대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5월 3일부터 시작된 전시로 9월 7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에 계시는 분들이나, 부산에 방문할 예정이 있으신 분들께 마음을 담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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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각 사람은 다양한 방식을 사용한다. 이것은 취향에 따른 것이기 보다는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조건, 주변 환경에 따라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스펙트럼스Spectrums에서는 감각의 제약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용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자신들만의 도구 열 가지를 소개한다. 누군가에게는 나무 막대기가 스위치를 누르는 손과 같은 도구다. 좌식 생활을 하는 누군가에게는 회전 의자가 실내에서 주요 이동 수단이다. 누군가에게 추억을 기록하는 방식은 눈으로 확인하는 사진이 아닌 귀로 듣는 음성 녹음이다.
사람들이 이처럼 자신의 고유한 상황과 필요에 맞춰 도구와 방식을 선택하고 그것이 효율적이고 실용적일 때 그 방식은 그들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 된다. 이러한 다양성은 인간의 적응력과 창의성을 보여준다. 또한 우리가 환경과 도구를 디자인할 때 얼마나 포괄적이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일깨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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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ㅣ임슬기, 미션잇 콘텐츠 에디터
참여ㅣ김병수, 미션잇 대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전예진, 미션잇 디자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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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립미술관 <모두를 위한 예술> 프로그램
: 발달장애, 시각장애, 난독증 당사자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신체, 감각, 인지, 연령 등의 차이 없이 누구나 방문하고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Museum for All)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장애 당사자, 포용적 미술관에 관심있는 분들을 미술관으로 초대하여 미션잇(김병수) 작가와 함께 ‘센서리 백(Sensory Bag)’을 공동 창작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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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품 관련 미국 인터뷰이 제보하기
미션잇에서는 다양성, 형평, 포용의 관점에서 브랜드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미국의 백인,흑인,라틴계 등 다양한 인종 분들의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혹시 미국에 거주중인 지인이 있다면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DM이나 E-mail(hello@missionit.co)을 보내주세요. 리워드로 msv 1-6호 중 읽고 싶으신 두 권을 선정하여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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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만드는 인사이트. MSV의 다른 글도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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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미션잇은 장애인, 고연령층 등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사용자 경험을 연구하는 디자인·콘텐츠 기업으로, 포용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깊이 있는 전략을 만듭니다. MSV는 Meet Social Value의 약자로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을 지향하는 미션잇의 브랜드입니다. MSV 뉴스레터는 포용적 사회를 지향하는 2,000명이 넘는 독자분들이 구독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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