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대 뉴욕 센트럴파크 모험놀이터 건축가 리차드 다트너는 작년 초에 진행한 MSV와의 인터뷰에서 놀이가 가지고 있는 경험의 주도성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높이 뛰고, 기어 올라가고, 숨고, 때론 흙을 파고, 놀이는 공간 안에서 예측할 수없이 일어난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 놀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주도권과자율성은장애아동에게도동일하게주어져야한다. 1989년채택된유엔아동권리협약(CRC)의제2조에서도장애에대한차별없이아동의권리를보장해야한다고명시하고있다. 따라서놀이터는아이들이놀이의평등을실현하는장소여야한다. 신체적, 정신적특성에따라노는방식에약간의다름이있을수있을지언정놀이를통해누구나기쁨을얻을수있어야한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마음이 불편하면 가고 싶지 않다. 마음이 편하면 시설은 조금 낙후되었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 발달장애 아이들 중 탠트럼tantrum 이 오는 경우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어려움을 겪게 된 상황에 다시 적응해 보는 반복적인 도전이 중요한데, 일단 아이가 소리를 지르게 되면 부모들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워 자리를 뜨게 된다. 이때 주변사람들은 과도하게 주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말 누가 봐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포용적인 놀이터 디자인은 어떤 요소들을 갖춰야 할까? 첫째는 규칙성과 자율성의 조화다. 시소, 미끄럼틀, 그네 등으로 구성된 놀이 기구들은 규칙이 존재한다. 차례를 기다리고 순서를 지켜 올라가고, 내려가는 등 보통은 일정한 방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규칙적인 것들을 참으며 기다리기 어려운 발달장애 아이들의 경우 약간의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기구에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방향이 완전히 자유롭다거나, 규칙과는 전혀 관계없이 아이들의 마음대로 변형 또는 생성이 가능한 요소들을 공간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규칙은 충분히 쉬운 시각적인 설명으로 이뤄져야 한다. 일정한 방향이 필요한 기구에는 커다란 화살표, 기다려야 하는 곳에는 아이가 들어갈 수 있는 동그라미, 길을 따라가야 하는 곳에는 점선 등 바닥을 활용한 그래픽도 좋은 요소다. 학습이 느린 아이들은 문자적인 요소보다 도형이나 기호를 상대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자폐성 장애 아동의 부모가 코로나 시기에 놀이터에 그려진 거리 두기 원 덕분에 자신의 자녀가 훨씬 참을성 있게 잘 기다렸다는 의견을 주었다.
공간에 찾아오는 아이들의 신체적인 차이에 대한 반영 역시 중요하다. 아이들의 신체적, 정서적 발달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우리가 만났던 한 아이는 나이는 8살이었지만, 뇌병변 장애로 아직 키가 작고 걷거나 뛰는 것이 익숙지 않았다. 따라서 때로는 놀이터 안에 기어다니면서 놀 수 있는 작은 공간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시선으로부터 자유다. 나 역시도 장애 아동의 부모님들을 인터뷰하기 전까지 장애 아동을 고려한 놀이터는 특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종종 ‘휠체어 이용 아동만을 위한’, ‘시각장애인 아동만을 위한’ 기구로 한정 지어 고안하게 된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 아이가 놀이 기구를 타고 있는 데 커다란 장애인 마크가 붙여져 있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면? 사실 더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장애 아동이나 부모님들을 만나보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특별한 대우’가 아니라 ‘평범한 대우’를 원한다는 것이다. 평등은 특별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평범함에서 나온 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