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V. LETTER 지난호에서는 포용적인 언어의 중요성을 소개해드렸습니다. 그렇다면 DEI 언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요? DEI 언어의 기둥 역할을 해줄 언어 원칙부터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뉴욕타임즈 칼럼리스트 존 맥호터John McWhorter는 "하늘의 구름이 흘러가듯 언어도 끊임없이 변한다"고 말합니다.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이를 쓰임새와 맥락에 따라 알맞게 적용해야 하죠. 최근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학술기관, 공공기관, 국제기구 등에서 각 기관의 가치와 비전이 담긴 포용적인 언어 원칙을 선정하고,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제품 문구, 마케팅 등에 폭넓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DEI 언어의 길잡이가 되어줄 7가지 언어 원칙을 소개해드립니다.
*아래 글은 애플 스타일 가이드 원칙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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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1. 사고의 포용성을 높여라.
Think inclusively.
글을 쓸 때는 이 글의 독자가 누구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글쓴이가 아닌 독자의 관점에서 이 글이 어떻게 읽힐지 상상해보는 겁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부정적인 의미가 연상되지는 않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언어의 파급력을 끊임없이 학습해나갈 수 있는 열린 사고가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글쓴이의 의도를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이를 존중하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원칙 2. 어원과 쓰임새를 조사하라.
Research words.
특정 표현의 유래와 쓰임새를 조사해보면 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어떤 표현은 억압과 소외의 맥락에서 유래하기도 했죠. 특정 표현을 써도 되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그 어원과 현대적 쓰임새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미망인'이라는 표현은 남편이 죽으면 아내도 따라 죽었던 중국의 순장제도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미망인’을 귀족적인 표현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아닐 미', '망할 망', 그러니까 '죽지 못해 살아남은 죄인'이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죠[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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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3. 맥락을 고려하라.
Consider the context.
지난 호에서 '언어는 생각이 세상에 입고 나오는 옷과 같다'는 표현을 소개했습니다. 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 옷차림이 있듯이 언어도 맥락에 맞거나, 혹은 맞지 않은 경우가 있죠. 특정 표현이 적절한지는 맥락에 비추어 판단해보면 됩니다.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더라도, 맥락에 따라 사용해도 무방한 경우가 있으니까요. 예를들어 영어 단어 중 mute[2] 라는 표현을 음성 언어를 구사하지 않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나, 기기를 음소거 상태로 전환한다는 의미로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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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4. 폭력성이나 억압이 담긴 말, 비장애인 중심의 표현은 피하라.
Avoid terms that are violent, oppressive, or ableist.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나 전문용어에도 폭력성이나 억압이 담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IT 업계에서 사용하는 ‘마스터master’와 ‘슬레이브slave’라는 용어가 있죠[1]. ‘째다’, ‘싹을 베다’ 등의 은어도 의도의 과장을 위해 폭력성을 동원한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이 나갈 것 같다,’ ‘미치겠다’ 처럼 정신질환을 은유적으로 사용한 표현이나, 특정 능력이 ‘저하된’, 혹은 어떤 기능을 ‘상실한’ 이라는 표현은 비장애인 중심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예를들어 태어날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은 사람은 청력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겠죠?
원칙 5. 관용어 사용에 주의하라.
Avoid idioms and colloquial expressions.
표준대국어사전에 따르면 관용어란,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를 말합니다. 예를들어 ‘발이 넓다’는 표현은 ‘사교적이어서 아는 사람이 많다.’를 뜻하죠. 하지만 우리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관용어도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귀를 기울이다,’ ‘한 눈에 보다,’ ‘손이 크다’ 등의 표현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모두 신체 부위를 언급한 신체 관용어입니다. 청력이나 시각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나, 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귀, 눈, 손 등의 단어가 더 눈에 띌 수밖에 없겠죠. 이처럼 무심코 사용하는 표현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 읽힐지 재차 점검해봐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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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6. 색깔로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특징을 구분하지 않는다. Don’t use color to convey positive or negative qualities.
‘블랙리스트,’ ‘화이트 해커’처럼 특정 색깔로 긍정적인 의미나 부정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일을 피해야 합니다. 색깔은 ‘흰 배경 위의 검은색 텍스트’ 처럼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객관적인 특징을 지칭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경험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분홍색이 여성을 상징하고, 파란색이 남성을 상징한다는 생각에도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담겨있습니다.
원칙 7.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신중한 쪽을 택하라. Err on the side of caution.
단어와 표현의 유래와 쓰임새를 충분히 조사했고, 독자에게 어떻게 읽힐지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도한 의미를 충분히, 혹은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대체 표현은 반드시 있습니다. 이것이 언어가 아름다운 이유이죠. <동사의 맛>[3]을 저술한 김정선 작가에 따르면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입니다. 어휘력을 넓히고 언어세계를 겸허히 확장해가는 일, 그것이 바로 포용적인 사회를 향한 첫번째 걸음일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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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마스터/슬레이브 (Master/slave)는 장치나 프로세스(마스터)가 하나 이상의 다른 장치나 프로세스(슬레이브)를 통제하고 통신 허브 역할을 하는 비대칭 통신 및 제어 모델을 의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2] 신지영. 《언어의 줄다리기》. 21세기북스. 2021. 9. 1.
[3] '음소거' 라는 의미로 사용되나, 우리말의 ‘벙어리’ 라는 단어와 유사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4] 김정선. 《동사의 맛》. 유유출판사. 2015.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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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발행 안내
사회적 가치를 만나는 MSV 뉴스레터에서는 매거진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전달드립니다. 핵심적인 키워드는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 Design for Social Value’와 ‘포용적인 디자인 Inclusive Design’ 그리고 ‘접근성 Accessibility’ 입니다. 매주 1회 발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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